[박미영의 영화 마주하기] ‘이 녀석들’

[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영화 '컨택트'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UPI코리아

영화 ‘컨택트’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UPI코리아

“프리큐어, 이 녀석들 공격해!”

6년 전의 일이다. 4살이었던 딸내미는 프리큐어의 역할놀이에 심취했다. 어느 날인가 엄마인 필자를 향해 프리큐어를 맡으라면서 ‘이 녀석들’을 맡은 자기를 공격하란다. 정체불명의 이 녀석들에 대해 물으니 의미심장한 몇몇 대사를 쏟아냈다. 그제야 프리큐어 시리즈의 또 다른 구심점인 악당을 지칭하는 이 녀석들이 완벽하게 이해됐다. 악당이라는 단어를 채 모르는 4살 소녀의 사뭇 진지한 메소드 연기로.

언젠가부터 필자의 머릿속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이 녀석들화 됐지 싶다. 극장에서 본 첫 영화가 ‘이티(E.T)‘인 사람답지 않게 말이다. ‘컨택트’에서 12개의 셸을 타고 온 헵타포드(외계인)를 응대하기 위해 선택된 인간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 진화한 외계인들은 우리를 멸하려고 온 존재로 끊임없이 의심받는다. 그러나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선입관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오롯이 생명체 대 생명체로 다가간다. 김춘수의 시 ‘꽃’이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허구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장르가 SF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묵직한 직구를 가지고 있다. 그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삶의 깊이 있는 반영이 스토리임을 잘 아는 드니 빌뇌브 감독은 외피 너머를 보고 그 중심에 플롯을 꽂은 것이다. 결국 관객은 숨을 죽이고 한발 한발 다가가게 된다. 아울러 SF 영화로 미래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품고 있다. 그 여운 때문인지 객석에서 쉬이 일어나기가 어렵다.

제목이 원제인 ‘어라이벌(Arrival)’에서 ‘컨택트’로 개봉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제목부터 떠올라서 쓰는 작품도 있지만, 탈고 때까지 최상의 제목을 찾지 못해서 가제를 제목으로 앞세우는 경우도 잦다. 작품을 쓴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헤아린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제목은 스토리를 품고 있다.

각설하고,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 녀석들’을 만나러 꼭 극장에 가보시기를!

물론 미지의 생명체를 악당 혹은 괴물로 규정하는 선입견은 멀리 던져놓고 말이다. 그럼 극장을 나서는 당신의 심장에 핀 꽃 한 송이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그리고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사와 영진위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