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성시경: 예전에는 하고 싶으면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제한점이 생긴다. 가령 유학을 가고 싶어도 돌아와서 나이를 생각해야 하고, 사랑을 할 때도 잘 안 되었을 때 ‘그냥 다른 사람 만나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되는 거다. – 성시경, 올해 서른셋. 참 복잡한 나이.

성시경
이문세: 성시경이 어린 시절 듣고 자란 노래를 부른 발라드 뮤지션. 성시경은 음악을 즐겨 듣는 두 누나들로 인해 음악을 가까이 하고, 스스로 “여자 마음을 잘 안다”고 할 만큼 섬세한 감성도 갖게 된다. 또한 부모님이 “줏대 있게 살도록” 교육시킨 덕에 “콤플렉스가 별로 없”게 됐고,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부터 ‘말싸움의 왕’이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무슨 일이든 피하지 않고 맞서길 좋아했다. 또한 가족이 모두 서울대 출신인 가정환경 때문인지 반장을 도맡을 만큼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고 2때 부모님 몰래 돈을 모아 오토바이를 몰고 다녔고, 고려대에 세 번 합격하며 삼수를 한 뒤 “눈물을 흘려가며 사랑을 해 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당구 겨우 50치면서 3구 150치는 나한테 덤비는 것”도 싫어 학교생활에 적응 못했다. ‘달콤까칠’한 발라드 가수의 탄생은 이미 그 때 예고된 셈.

김형석: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성시경은 “노래를 하면 정말 즐겁게 평생 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김형석이 주최한 가요제에 참여, 그가 작곡한 ‘내게 오는 길’을 부른다. 김형석은 성시경을 “최고로 해독력 좋은 간과 영특한 두뇌, 발라드에 최적화된 목소리”까지 가졌다며 극찬했다. 성시경은 ‘처음처럼’ 등을 히트시키며 빠르게 가요계에 자리잡는다. 하지만 첫 앨범 재킷을 “성인가요 필이 난다”고 하고, 당시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멀리서 보면 휴 그랜트고, 가까이서 보면 정원관 선배 같다고 하더라”라며 달달한 목소리 뒤에 있는 성격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경림: MBC 의 ‘애정만세’의 MC. 당시 성시경은 일반인 출연자 김꽃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른 남자 연예인들과 경쟁했다. 달콤한 노래들을 불렀고, 때론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렸다. 그사이 ‘버터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고, 인기가 올라갔다. 하지만 “평생 느끼하단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자신에게 ‘마가린 버터’ 같은 자막이 달리는 일도 겪었다. 인기가 올라가자 여자 연예인과 사실 무근의 교제설이 나고,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면 “추석 특집이니 이해해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적당히 웃기고 시청률 올리고, 그 대신 내 위치를 다지”기 위해 선택한 오락 프로그램 출연은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연예인 성시경만 남았다”는 한탄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연기를 안 하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SBS 는 촬영이 길어지면서 정작 당시 발표한 3집 앨범 활동은 차질을 빚었다. 김형석이 “3년 전 너의 노래에는 산사의 샘물 맛이 났는데, 요즘 노래들은 살균진공 포장된 에비앙 같은 느낌이 난다”며 경고하던, 성시경의 아슬아슬한 시절.

윤종신: “가수는 한 곡만 제대로 인기를 얻어도 외곽 레스토랑이나 경기도 일대 나이트클럽을 잡을 수 있다”며 가수의 길을 알려준 선배 발라드 뮤지션. 성시경은 윤종신이 “남 줘서 가장 아까운 곡”인 ‘넌 감동이었어’를 불렀고, 다시 윤종신의 집에서 우연히 데모를 듣고 부르게 된 ‘거리에서’를 불러 모두 성공시켰다. 고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 보다 감미로운 중저음이 고음으로 올라가는 순간의 절실함을 들려준 이 곡들은 성시경의 목소리가 왜 사랑받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노래는 이야기 혹은 연극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성시경에게 윤종신의 두 곡은 끊임없이 드라마틱한 구성을 가진 대본과도 같았다.

싸이: 성시경의 중학교, 고등학교 2년 선배. 군대도 먼저 두 번 다녀왔다. 두 사람은 성시경의 제대 이후 함께 토크쇼에 나와 군대에 대한 경험담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성시경은 싸이가 콘서트에서 온갖 가수들의 노래를 패러디해 부르는 것처럼 소녀시대의 ‘Gee’를 소녀시대와 옷까지 비슷하게 입고 불러 가사 그대로 ‘너무 부끄러워 쳐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성시경은 공연에 온 팬들에게 “나는 너희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팬들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이런 무대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 팬들이 보는 건데 뭐.

유희열: 성시경의 데뷔 시절 “좋은 가수다.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고, 자신의 곡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리메이크하도록 허락했으며, 동시간대 라디오를 진행하던 성시경과 ‘모다대첩’으로 동시간대 DJ들의 배틀이라는 신기원을 연, 외모보다 작곡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뮤지션. 그리고 성시경의 입대 전 앨범 ‘여기 내 맘 속에’를 부르게 했다. 이 곡은 중저음 위주로 멜로디 라인을 구성, 마치 흰 눈이 땅에 닿는 순간 같은 성시경의 보컬 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키면서 절절함 대신 관조적이고 쓸쓸한 감성을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새 앨범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나직이 노래하는 ‘처음’은 이런 과정의 결과물. 라디오로 까칠하면서도 달콤한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에서는 달달함에 쌉싸름한 맛을 더하기 시작했다. 신승훈을 잇는 발라드계의 적자이면서 루시드폴에게 편지를 보내 ‘오! 사랑’을 리메이크하고, KBS 에서 “완전 존경하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차분하게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부른다. 서른 즈음에, 그는 자신의 세계를 넓히며 대중에게 달콤하지만은 않은 자신을 납득시켰다.

윤상: 성시경이 “인간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최고”라고 말한 뮤지션. 이번 앨범의 ‘아니면서’를 작곡했고, MBC 에서 함께 심사를 보기도 했다. 성시경은 떨면서 노래를 부르다 실수를 한 참가자에게 “자신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노래를 해보라”며 자연스럽게 한 차례 더 기회를 주고, Mnet 에서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출연자에게 ‘슈퍼 패스’를 써서 용기를 북돋아 줬다. 물론 그는 김장훈이 “앞과 뒤가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면 못 견딘다”며 자기 주장을 강하게 드러낸다.

강호동: ‘까칠솔직’한 화법은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의 ‘무릎 팍 도사’에서 유승준의 입국을 찬성하는 등 거침없이 자기 의견을 전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보다 확실히 각인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순간 순간 솔직하다 보니 오해도 생기고 건방지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남에게 폐 끼치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고, KBS ‘1박 2일’의 ‘시청자 투어’에서 그는 90세 이상 고령 참가자들의 시중을 드느라 남은 밥으로 식사를 했다. 카메라 앞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시경은 카메라 앞에서 하고 싶은 말도 한다.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사람’처럼 행동하는 건 확실하다.

강승원: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작곡했고, 20여년 전에 쓴 ‘처음’을 성시경에게 준 뮤지션. “연예인은 광대”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던 20대 발라드 가수는 어느덧 30대가 됐고, 음악 프로그램에서 혼자 느린 노래를 부르며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한다. 부드럽기 그지없던 목소리는 제대 후 조금 긁히는 소리가 담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피아노 한 대만으로 진행되는 ‘끝에’ 같은 곡을 부르며 사랑의 절실함보다는 지나간 것에 대한 쓸쓸함을 말한다. 강승원이 작곡한 또 다른 곡 ‘태양계’에서 그는 지나간 연서를 불태울 때의 느낌처럼, 작은 떨림을 목소리에 섞은 채 노래한다. 노래로서는 불완전할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의 감정은 더욱 잘 전달된다. ‘버터 왕자’가 까칠한 남자로, 다시 조금 더 넉넉해진 30대 남자가 되는 동안 그는 보컬리스트이자 프로듀서가 됐고, 노래를 말하듯 하며 음정이 아닌 톤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하는 뮤지션이 됐다. 여전히 모나고, 불완전하고, 고민도 많다. 다만, 성시경은 모든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의 의미를 안다. 서른셋, 청년이 어른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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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이 나온 에 출연한 주진모와 영화 에 함께 출연한 전도연과 영화 에 나온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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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