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가면만 남긴 채 떠났던 그가 돌아온다

익숙한 전자음의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수만 개의 유리구슬로 치장한 샹들리에가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순간, 가슴 속의 불길이 치솟아 오른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이자 애증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푼 꿈일지도 모르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 8년 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2001년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인 후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초연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배우, 스태프들이 합류해 1년여간의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캐스팅과 관련된 수많은 루머가 존재할 정도로 뮤지컬 관계자와 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제작발표회가 5월 4일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제작발표회에서는 30인조 ‘유니버설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오페라의 유령>의 짧은 콘서트도 진행되었다.

1910년에 발표된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을 열광시켰다. 배우, 스태프, 팬들 할 것 없이 모두가 꿈꾸는 꿈의 무대인만큼 팬텀, 크리스틴, 라울 등 주요배역 외 진짜 ‘오페라’를 선보일 프리마돈나, 발레리나 등의 오디션에도 지원자들이 대거 몰려 6개월간의 긴 오디션을 진행하였다. 초연보다 1000여명에 가까운 지원자들이 응시하였고,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성악가, 발레 전공자들의 지원이 많았던 점 등은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특히나 2001년 초연 이후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룬 한국뮤지컬의 제작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크리에이티브팀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이 합류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전에 없이 시장은 커졌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진행 중이던 공연이 취소되는 등의 사건들이 잦은 2009년, “많은 작품의 롤모델이 됐으면 한다”는 관계자의 말처럼 <오페라의 유령>이 다시 새롭게 뮤지컬계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작품은 5월 13일 1차 티켓오픈을 시작으로, 9월 23일부터 2010년 8월 8일까지 샤롯데 시어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하얀 가면 속 숨겨진 여린 감성의 팬텀
윤영석ㆍ양준모

파리의 한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지내는 팬텀은 남자배우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꿈의 배역이다. 크리스틴을 사랑하며 그녀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음악의 천재이지만, 기괴한 사건들을 벌이는 강인함 안에 콤플렉스로 가득 찬 연약함을 담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2001년 초연 당시 팬텀 역을 맡았던 윤영석이 8년 만에 다시 등장한다. “8년 전, 막을 내리던 그 순간부터 아쉬웠다. 초연 때 2002년 월드컵으로 한창 들썩일 때도 <오페라의 유령>은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때의 기억이 강렬했다. 무작정 덤볐던 초연과 달리 두 번째 서는 무대라서 부담이 많이 되지만, 현재 그런 부담감보다는 설렘이 더 많은 것 같다.” 또 다른 팬텀 역에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 <씨왓아이워너씨> 외에도 최근 연극 <아일랜드>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양준모가 캐스팅되었다. “팬텀으로 확정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집안의 경사라고 생각했다. (웃음) <스위니 토드> 이후 2년 만에 대극장 무대에 서게 되는데,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던 만큼 자신 있는 팬텀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김소현ㆍ최현주

오페라 하우스의 발레리나로 활동하던 중 새로운 프리마돈나로 급부상한 크리스틴에는 이 역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데뷔무대를 가진 김소현과 최현주가 맡는다. 윤영석 팬텀과 더불어 8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서게 되는 김소현은 2001년 초연 당시 오페라 무대에서 뮤지컬 무대로 건너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본인. “처음 뮤지컬을 알게 해준 동시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작품이다. 초연 때 커튼콜에서는 정말 매일매일이 행복했었다. 열심히만 했던 공연이었는데, 이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려 한다.”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일본의 극단 <사계(四季)>에서 <위키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최현주가 2009년 새로운 크리스틴으로 뽑혔다. “일본에서도 같은 역으로 데뷔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도 크리스틴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일본은 가까워서 한국이 그립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많이 그리웠다. (웃음) 한국어로 우리나라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떨리는 부분이다. 공연까지 앞으로 4달이 남았는데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웃음)”

젠틀함과 강인함을 모두 가진 라울
홍광호ㆍ정상윤

크리스틴의 약혼자이자, 그녀를 사이에 두고 팬텀과 강한 대립을 하게 되는 귀족 청년 라울 역에는 최근 뮤지컬계에서 주목하는 홍광호, 정상윤이 캐스팅되었다. 2001년 초연 당시 라울 오디션에 응시했던 경험이 있는 홍광호는 “이번 오디션에 참가했던 건 크리에이티브팀에게 ‘어리지만 현재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으니 다음에 시켜 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여성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라울과 이미지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시켜주신다니까 너무 감사했다. (웃음)” 또한, 최근 <쓰릴 미>를 통해 웃음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는 정상윤이 홍광호와 함께 라울 역을 맡는다. “감정의 디테일한 부분들이 적다는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또 다른 새로운 라울의 모습을 더 찾아낼 수 있어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아 흥분된다. 팬텀에 밀리지 않는 강인하고 매력적인 라울을 만들어 내겠다. 팬텀, 크리스틴은 내꺼다. (웃음)”

관전 포인트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클래식한 선율과 함께 화려한 볼거리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2층에서 툭 하고 떨어지는 샹들리에, 3층에서 어느 순간 나타나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팬텀의 모습, 팬텀이 사는 하수구 지하의 보트 신 등의 예측 불가능한 무대장치를 놓치지 말자. 이미 소설, 영화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작품에 대한 검증이 완료된 만큼 현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높은 티켓가격과 캐스팅 사전공지가 없을 것이라는 방침은 이 작품을 기다린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만큼 그 어떤 캐스팅을 보더라도 최고를 보여줄 것이라는 자신감 역시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9월, 그 자신감의 무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사진제공_클립서비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