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나인’부터 ‘김과장’·‘역적’까지, 사회적 공분을 담다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MBC '미씽나인' 포스터 / 사진제공=SM C&C

MBC ‘미씽나인’ 포스터 / 사진제공=SM C&C

2017년도를 맞아 방송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들이 하나, 둘씩 베일을 벗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사회 부조리를 말하고 정의를 세우려는 작품들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기득권의 민낯을 드러내고, ‘을’(乙)의 설움을 대변한다.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묻기도 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타오른 사회적 공분이 현실의 거울인 드라마를 통해 그대로 묻어날 전망이다.

18일 첫 방송되는 MBC ‘미씽나인’(극본 손황원, 연출 최병길)은 원인 불명의 비행기 추락으로 사라진 9명의 극한 무인도 표류기를 다룬다. 추락사고 발생 4개월 후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 나타난 라봉희(백진희)의 증언을 토대로 숨겨진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인간의 본성, 사고로 인한 사회 각계각층의 심리와 갈등을 치열하게 그려낸다. 라봉희가 밝히려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조희경(송옥숙) 등을 통해 재난에 대처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을 들춘다. 재난 발생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기득권의 어두운 단면을 투영했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재난을 키웠던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할 예정이다.

23일 공개되는 SBS ‘피고인’(극본 최수진, 연출 조영광)은 사형수가 된 검사가 누명을 벗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딸과 아내를 죽인 살인자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지성)가 살인사건이 일어난 4개월의 기억이 사라지면서 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과 재벌가 후계자인 차민호(엄기준)를 상대로 펼치는 복수극이다. 지성은 ‘피고인’의 메시지에 대해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일말에 남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면서 “요즘 사회가 어수선한 만큼 우리에게 희망이 필요하다. ‘피고인’이 그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후속으로 방송되는 SBS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은 국내 최대의 로펌을 무대로 남녀주인공이 돈과 권력의 거대한 패륜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등 거대 권력과 이에 맞서는 개인의 투쟁을 그려냈던 박경수 작가가 집필을 맡아 기대감을 높인다. 선 굵은 사회 고발 드라마를 기대케 한다. 이보영은 극중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과 계장으로 출연한다.

KBS2 '김과장' 남궁민/사진제공=로고스필름

KBS2 ‘김과장’ 남궁민/사진제공=로고스필름

‘을’의 아픔을 달랠 드라마 역시 출격한다. 25일 방송되는 KBS2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과 5월 방송될 MBC ‘자체발광 오피스’(극본 정회현, 연출 정지인)가 바로 그것. ‘김과장’은 지방 조폭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던 삥땅과 해먹기의 대가 김성룡(남궁민)이 한탕을 위해 국내 굴지의 유통 기업 경리과로 입사해, 아이러니하게 특유의 노하우와 언변으로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는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계약직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공정치 못한 상사에게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슈퍼 갑’으로 행동하며 우리 사회 갑을 문제를 유쾌하게 표현한다. 두 작품 모두 ‘을’들에게 짙은 공감과 통쾌함을 안겨줄 것으로 목표로 한다.

리더십과 관련된 작품은 사극에 담긴다. 30일 전파를 타는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허균의 소설 속 도인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홍길동을 재조명한다. 폭력의 시대에 재물이 아닌 백성의 마음을 훔친 홍길동, 그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리면서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리더가 갖춰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짚어낸다. 윤균상이 홍길동으로 첫 주연으로 나선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연산 역의 김지석과 대립한다.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를 연기하는 김상중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연산과 민초를 사로잡은 홍길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적’은 과거의 모습으로 현시대를 관통한다. 가진 자의 횡포, 가지지 못 한 자의 설움 역시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 드라마로 과거의 역사를 보고 현재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역적' 스틸컷 /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적’ 스틸컷 /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승호와 김소현의 조합으로 일찌감치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군주: 가면의 주인’(극본 박혜진 정해리, 연출 노도철)은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왕세자(유승호)의 의로운 사투와 사랑이 담긴 드라마다. 풋풋한 로맨스는 물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까지, 정치와 멜로가 조합된 팩션 사극이다. 5월 첫 방송을 확정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시그널’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꼭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대중들이 강하게 반응하다는 것이 증명이 되면서 제작사에서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장르물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호응을 했고, 연말에는 대규모 촛불집회까지 열렸다. 때문에 더 강력하게 부조리를 담으려는 의미 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대선 정국까지 있기 때문에 리더십과 관련된 논의는 지속될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반영할 수 있는 작품들이 기획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