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차엽 “유해진 선배, 동네 형님처럼 친근했죠” (인터뷰)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차엽,인터뷰

배우 차엽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차엽은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다. 단 한 작품만 제대로 찍고 말이다. 온 힘을 다했고,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차엽에게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작품 제안이 들어오고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줄 회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차엽이 연기 인생 2막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영화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2013)였다. 작품은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한국독립영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차엽 역시 주목을 받게 됐다.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한 그는 최근 흥행한 영화 ‘럭키’에서는 극 중 유해진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조감독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뿐만 아니다. 그는 차기작인 영화 ‘더 프리즌’과 ‘더 킹’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10. ‘럭키’가 큰 사랑을 받았다.
차엽 : 주변 반응이 너무 뜨겁다. 좋은 선배들과 같이 작품을 했다는 것 자체가 뜻 깊다. 영화가 흥행이 돼서 감사하다. 나에게는 여러모로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거 같다.

10. 조감독 역을 맡았는데, 특별히 노력했던 점은?
차엽 : 배우는 조감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직업이지 않나. 다른 스태프들보다 목소리 톤이 높고 성격이 급하다. 일을 빨리 빨리 처리해야 돼서 과장된 액션을 취하기도 한다. 피곤해보이고 잘 씻지도 못하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비니 쓰는 걸 제안하기도 했다. 내가 실제 쓰고 있는 비니를 썼다. 수염도 일부로 다듬지 않았다.

10. 유해진은 현장에서 어떤 선배였나?
차엽 : 유해진 선배는 실제로 처음 봤는데 점잖고 수줍음도 많아서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촬영이 진행될수록 동네 형님 같이 친근했고, 잘 챙겨줬다. 현장에서 유해진 선배의 애드리브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많이 됐다.

10. ‘럭키’는 무명배우의 고충을 그리지 않나. 차엽 역시 느꼈던 점이 있었을 것 같다.
차엽 : 배우는 노력한다고만 잘 되는 직업은 아니다. 노력은 물론이고 운도 잘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연습하는 와중에 내 배역이 사라지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좌절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런데 영화는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보여준다.  나 역시 ‘럭키’를 통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차엽,인터뷰

배우 차엽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응답하라 1988’에서 고경표·류준열 등을 괴롭히는 역할로도 주목을 받았다.
차엽 : 고경표·류준열 팬들에게 욕을 너무 먹었다.(웃음) 그런데 그렇게 나를 알게 된 뒤에 내 작품을 다 찾아봤다는 분들도 있었다. 사실 ‘응답하라’ 출연 이전에 출연했던 영화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를 본 남자들이 많이 알아봐줬다. 이전에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키는 대로 했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는 연기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10.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는 차엽에게 특별한 작품일 것 같다.
차엽 :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만난 작품이다. 처음에는 짜장면 배달부 역할이었는데 각색이 되면서 주연을 맡게 됐다. 이 작품을 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을 했다. 내가 언제 주연을 해보겠나 싶었다. 영화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소개되고 나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왔다. 영화가 개봉을 한 뒤 여러 회사를 만났고 현재 소속사를 선택하게 됐다.

10. 인생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차엽 : 영화에 내 한을 다 풀었다. 그랬더니 결과가 좋았다. 앞으로 이렇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10. 혼자 활동할 때와 회사가 있는 것과는 다를 것 같은데.
차엽 : 혼자서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따낼 때는 정말 힘들었다.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나 같은 친구들이 너무 많다. 나도 배우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연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연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는 새로운 감정들을 발견하고, 후련하게 다 보여주고 나왔을 때 희열이 느껴진다.

10.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이후 이름을 김종엽에서 차엽으로 바꿨다.
차엽 :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를 찍고 나서 차엽이라는 가명을 썼다. 영화 엔딩크레딧에서 처음 썼다. 어머니의 성인 차와 김종엽의 엽을 땄다. 이름을 바꾸고 나서 회사와 계약을 했고 일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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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엽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내년에 ‘더 프리즌’과 ‘더 킹’ 개봉을 앞두고 있다.
차엽 : ‘더 프리즌’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온 백정 역을 맡았다. 임팩트가 강할 것 같다. 나현 감독님이 나한테 덩치 큰 흑인 사진을 보여주고 이런 느낌을 원한다고 했다. 촬영 당시 117kg까지 살을 찌웠다. 현장에서 인상 쓰고 수염도 일부로 기르면서 험악한 이미지를 유지했다.(웃음) ‘더 킹’에서는 한재림 감독이 ‘응답하라 1988’을 보고 출연 요청을 해서 잠깐 출연했다.

10. ‘더 프리즌’에서는 한석규와 김래원과 호흡을 맞췄고, ‘더 킹’을 통해서는 조인성과 함께 했다.
차엽 : 존경하는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한석규 선배의 여유로움, 김래원 선배의 집중력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더 킹’ 촬영을 하면서는 조인성 선배의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뜻 깊었다.

10.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차엽 : 지금도 목이 마르다. 아직도 발을 담그기보다는 신발을 신으려고 준비하는 느낌이다.

10. 어떤 배우로 기억이 되고 싶은가?
차엽 : 내가 나오지 않으면 ‘왜 안 나올까?’라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또 ‘차엽은 왜 이렇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연기가 세련됐지?’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