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표 여우’ 엄지원의 책임감 (인터뷰①)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엄지원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엄지원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충무로 대표 여우(女優) 엄지원의 책임감이 남다르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이하 미씽)는 제작 전부터 좋은 시나리오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투자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상업성이 떨어지는 여성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엄지원은 “이야기가 좋아도 투자가 되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이 슬펐다”며 “정말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여자 투톱에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가 저에게 온 것은 거의 처음이었죠. 그래서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여성이 리드하는 장르는 대부분 호러인데, ‘미씽’은 달랐어요. 잘 만들어서 좋은 결과까지 내보고 싶은 마음이 컸죠.”

한국 영화계는 어느덧 티켓파워를 지닌 남성 배우와 상업성 짙은 소재로 쏠리고 있다. 여성 역시 주체적이기 보다 소모적으로 이용됐다. 그런 영화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여배우인 엄지원은 “‘더 폰’ 때 내가 맡은 연수는 항상 놀라고 당하고 두려워하는, 연약한 역할이었다. 감독님과 함께 연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캐릭터에 적용시켰다. 늘 내가 맡은 캐릭터에 그런 작업을 해왔다”면서 “‘미씽’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라서 더 반가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엄지원은 ‘미씽’에서 이혼 후 홀로 딸 다은을 키워 온 워킹맘 지선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가족보다 더 가깝고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보모 한매(공효진)와 다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홀로 한매의 진실을 파헤친다. 지선은 한매의 사연을 쫓으며 자신이 얼마나 타인에게 무관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는 엄지원 본인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섬뜩하더라고요. 할리우드에서 차용된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스릴러잖아요. 저 역시 워킹우먼으로,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집에 이모님이 오셔서 청소를 해주거든요. 제가 그분을 편하게 대하는 것과 그 분이 저를 편하게 대하는 것에는 분명 온도의 차이가 있을 거예요. 그분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을 안했거든요. 영화를 찍으면서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엄지원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엄지원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엄지원은 영화 내내 파란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한매를 추적한다. 원래는 셔츠와 바지를 입는 설정이었는데 그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그는 “지선은 드라마 홍보대행사 실장이다. 아이가 없어진 날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있었는데, 당연히 차려입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불편한 옷을 입고 아이를 찾는 모습이 지선의 감정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미씽’은 이혼한 워킹맘, 다문화 가정의 여자 등 사회 약자를 그린다. 그런 이야기가 공론화되기 위해서는 영화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정말 솔직한 바람으로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 내용이 이슈가 되려면 기본적인 숫자가 받쳐줘야 하거든요.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른 템포로 달려가는 영화에요.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이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해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