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미씽’, 우리는 타인에 얼마나 무심한가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고되게 일을 하는 워킹맘 지선에게 돌아오는 소리는 가혹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아이는 네가 엄마인줄은 알아?”라는 말은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제작 다이스필름, 이하 미씽)는 워킹맘의 평범한 일상으로 시작한다.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지선(엄지원)은 아파트 복도를 바쁘게 달려 집에 돌아온다. 옷 벗을 틈도 없이 일을 한 뒤 아기를 돌보려 하니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평범한 일상이 공포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지선은 이혼 후 13개월 된 딸을 키우며 고군분투중이다. 그나마 자신의 어린 딸을 애지중지 돌봐주는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가 있기에 든든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매와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선은 뒤늦게 경찰과 가족에게 이를 알리고 아이를 찾으려고 하지만 그를 향한 시선을 싸늘하다. 전 남편과 양육권 소송 중인 지선은 아이를 빼돌렸다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는다. 홀로 한매를 찾다 지선은 한매가 이름, 나이, 출신을 모두 속인 채 자신에게 접근할 걸 알게 된다.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아이를 키울 능력을 얻기 위해 지선은 열심히 일했다. 고개를 숙이고, 늘 무엇인가에 쫓겨 헐레벌떡였다. 그러나 그걸 알아주는 이들은 없다. 지선의 사정까지 봐줄 필요도 없다. 우린 타인에게 무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선 역시 마찬가지다. 한 집에 같이 살며 자신의 아이를 봐주는 한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사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홀로 한매를 찾아 나서고 그의 비밀과 마주치게 되는 지선은 자신이 얼마나 타인에 무심했는지 알게 된다.

이언희 감독은 “살아가면서 본인의 생활이 중요하고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가장 가깝지만 잘 모르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고 영화 연출 의도를 밝혔다.

‘미씽’이 눈길을 끄는 건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여성 투톱을 내세우는 영화라는 점이다. 박수 받아 마땅한 것은 단순히 여성 캐릭터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혼한 워킹맘과 낯선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날카롭고, 차가운 세상을 그려낸다. 영화 ‘ing’와 ‘어깨너머의 연인’ 등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이언희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성의 시각으로 사회적 약자의 삶과 아픔 그리고 행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피해자와 가해지로 나뉘는 두 여자지만 결국 홀로 고군분투했고, 어느 누구에도 보호받지 못했다. 그래서 여운이 더 짙게 남는다.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엄지원과 공효진의 호연은 스크린을 꽉 채운다. 엄지원은 아이를 찾기 위해 단벌 차림으로 뛰어다닌다. 절절한 모성애를 그려내며 먹먹함을 더한다. 공효진은 얼굴에 찍은 수십 개의 점과 덥수룩한 머리의 중국인 역할로 ‘공블리’를 완벽하게 지워냈다. 또 다시 연기력을 재입증 받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