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종영②] 법정+로맨스+휴머니즘까지… 인생작 추가요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포스터/사진제공=스튜디오 드래곤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포스터/사진제공=스튜디오 드래곤

법정과 로맨스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선보이겠다던 포부가 지켜졌다. 여기에 따뜻한 휴머니즘이 더해졌다. 지난 15일 종영한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특유의 매력과 재치로 서초동 바닥을 주름잡던 여성사무장 차금주(최지우)가 한 순간의 몰락 이후, 자신의 꿈과 사랑을 쟁취하며 재기에 성공하는 성장 스토리와 법정 로맨스를 그렸다. 연출을 맡은 강대선 PD는 앞서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는 법정물과 로맨스물이 조화롭게 섞여있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최대한 밝게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극본을 맡은 권음미 작가 역시 “제 작품 중 가장 착한 작품으로, 배우들의 발랄함이 더해져 밝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들의 기대가 맞았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노숙 소녀 사건과 톱스타 유태오(이현옥) 실종 사건 등, 극의 흐름을 이끄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각 인물들이 소통하고 도전하며, 이를 통해 성장하는 내용을 균형감 있게 그려냈다.

배우 최지우, 주진모 / 사진=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캡처

‘캐리어를 끄는 여자’ 캡처 최지우, 주진모 / 사진=MBC

먼저 주인공 차금주는 극 초반 승소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던 사무장의 모습에서 변호사라는 꿈을 통해 진실 앞에 다가가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했다. 특히 사무장이라는, 이때까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직업군을 통해 ‘자격’이라는 것이 가지는 무거운 책임감을 시청자들에 전하는 역할을 했다. 최종화에서는 스타 변호사로서 재벌 2세의 변호를 맡아 어마어마한 수임료를 챙기는 동시에, 그가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임을 알고 재판장에 마석우(이준) 검사를 불러 범인을 다시 체포하게 만들었다. “이번 재판은 더럽게 어려워서”라며 변호 요청을 거절, 직업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파파라치 언론사 케이팩트의 대표로 차금주를 도와 사건 해결에 일등 공신의 역할을 한 함복거(주진모) 역시 끝까지 명대사를 남겼다. 그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서서 “나는 유죄”라면서 “청소년 성접대 사건 때 검사였던 제가 그 성질을 못 참고 옷을 벗은 것, 개인의 자유를 위해 파파라치 언론사 대표로 적당히 타협한 것, 사건에 얽힌 여자가 감옥에 가는 걸 방치한 것. 저 아이들이 법정에서 농락당하는걸 보고만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내 죄입니다. 그래서 유죄입니다”라는 말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마침내 혐의를 벗고 풀려난 뒤에도 정치인, 법조인들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 이준, 전혜빈 / 사진제공=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이준, 전혜빈 / 사진제공=MBC

마석우는 변호사에서 검사가 됐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던 그는 사랑 앞에서는 풋풋한 반전 매력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최종화에서 “변호사 출신 검사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전에 소속됐던 로펌 접근이 제한됐다”면서도 로펌 골든 트리의 대표가 된 차금주에게 “검사 마석우로서는 못 만나지만 남자 마석우로서는 다시 찾아갈 것”이라며 수줍게 마음을 전했다. 반면, 차금주와 검사 대 변호사로서 법정에 섰을 때는 사적인 감정을 배재한 채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언니 차금주에 대한 열등의식으로 똘똘 뭉쳐 악행들을 일삼았던 박혜주(전혜빈)는 변호사 자격 박탈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혔다. 때문에 사무장으로 지내며 스타 변호사가 된 차금주를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게 된 뒤에는 마음을 다잡고 차금주에게 그간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 계모에게 미움 받아 서러웠던 자신과 꼭 닮은 여자 아이의 변호를 맡아, 학대하는 계모의 친권을 상실케 하는 데 성공한 그는 자신을 찾아온 차금주에게 “언니가 내 엄마 대신이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자매의 악연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었다.

차금주와 함복거의 로맨스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열린 해피엔딩을 맞았다. “내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냐”며 프러포즈한 함복거는 차금주가 당황하자 “변호를 맡아줄 수 있냐는 뜻이었다”면서 밀고 당기기 기술을 선보였다. 차금주 역시 “이번에는 오래 동반해줘야겠다”는 함복거에게 “선입금 후수임이다”고 농담하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인 깨달음을 주는 각종 사건과 대사들, 그리고 현실과 판타지, 극의 재미를 더하는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착한 드라마’로 호평을 얻은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이렇듯 모든 인물이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일과 사랑을 지켜내며 종영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