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진의 10 Voice] 뮤지컬, 아이돌 제 2라운드의 초석이 되다

11월, 소녀시대와 카라의 빅매치가 열린다. 소녀시대의 티파니는 <페임>으로, 카라의 규리는 <미녀는 괴로워>로 뮤지컬 무대에 선다. 두 사람 모두 뮤지컬 데뷔전이고, 본 공연은 딱 하루가 차이 난다. 각기 맡은 카르멘 디아즈와 강한별 역시 스스로와 밀접한 스타, 가수지망생이다. 7월부터 공연을 시작한 <늑대의 유혹>에는 슈퍼주니어의 려욱과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이 출연한다. 동방신기의 ‘오정반합’, god의 ‘관찰’ 등의 가요로 꾸려진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그들의 무대가 뮤지컬배우들에 비해 더 자연스럽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연에 딱 맞는 탤런트를 찾아라

김주원과 김준수는 공연의 특성과 그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가가 작품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뮤지컬은 불과 몇년전만 해도 아이돌의 출연 자체로 이슈몰이가 가능했다. 그들의 이름으로 언론이 주목했고, ‘오빠’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대중은 기꺼이 표를 구매했다. 하지만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슈는 싱크로율로 옮겨갔다. 공연에 까다로운 마니아들도 좋은 무대를 선보이기만 한다면 더 이상 아이돌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단 아이돌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뮤지컬 장르의 다양성에서 기인한다. 어느새 뮤지컬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제작되고, ‘록뮤지컬’이나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각 작품이 지향하는 바도 뚜렷해진 만큼 인지도가 아닌 공연 특성에 걸맞는 탤런트가 필요해진 셈이다. 춤을 소재로 한 <컨택트>와 발레리나 김주원의 만남, <헤드윅>과 YB의 결합, 드라마적 서사까지 비슷했던 김준수와 <모차르트!>가 가져온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걸그룹 멤버들이 팝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금발이 너무해>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소녀시대 제시카와 f(x) 루나로, 털털한 성격과 청아한 목소리가 필요했던 <태양의 노래>는 소녀시대 태연의 덕을 톡톡히 봤다. 티파니와 규리 역시 ‘아티스트 지망생’이라는 캐릭터에 맞춘 “가수로서의 이미지와 퍼포먼스”가 캐스팅의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페임>의 카르멘 디아즈는 가수를 꿈꾸고 연습 기간을 거쳐 꿈을 이룬 나와 공통점이 있다”는 티파니의 말은 결국 뮤지컬과 아이돌의 합의점이 어디인가를 정확하게 설명한다. 다양한 무대 경험은 관객과의 소통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그들이 가진 이미지가 캐릭터와 밀접하면 할수록 관객의 몰입도도 높아진다. 고전적인 웅장함 대신 소프트한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뮤지컬넘버들도 그들의 무대 안착을 용이하게 한 요소다. 규리와 함께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하는 바다는 2008년 초연 당시 “한별의 콘서트 신만큼은 120%를 해낸다”는 평으로 이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것은 콜라보레이션이다

뮤지컬로 두 번째 성공을 거둔 바다와 옥주현은 현재의 걸그룹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뮤지컬은 가무에 능통한 아이돌의 두 번째 자아실현이다. 뮤지컬에 진출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낸 바다와 옥주현이 모두 S.E.S와 핑클의 리드보컬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적게는 4명부터 많게는 12명까지, 4분짜리 노래에서 자신만의 목소리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뮤지컬은 제대로 노래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보컬리스트로서의 장점을 뽐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바다는 뮤지컬배우들 사이에서도 어려운 작품으로 유명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집시가 되어 탁월한 고음을 선보였고, 옥주현은 <몬테크리스토>의 ‘언제나 그대 곁에’와 같은 호소력 짙은 곡으로 이름을 공고히 한다.

<페임>에는 티파니 외에도 슈퍼주니어의 은혁이 힙합을 사랑하는 무용 전공자로, 트렉스의 정모와 집시 바이올린니스트 KoN이 밴드 음악을 원하는 클래식 전공자로 출연한다. 앞으로 노래 외적으로도 다채로운 탤런트의 새 얼굴이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I`m gonna learn how to fly.” ‘fame’ 속 가사처럼 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이들이 얼마나 더 큰 새로 높이 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여전히 2시간의 무대를 장악하기엔 성량도, 음역대도, 연기력도, 에너지도, 앙상블도 부족하다. 하지만 ‘가수를 꿈꾸다가 진짜 가수가 된 이야기’는 실제로 그 경험을 해본 사람이 가장 잘한다. 이제는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각 분야 전문가와의 콜라보레이션 개념으로서 더 넓고 깊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에스트로 윤학원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을 통해 김태원을 제자로 삼았다. 김태원은 우효원 작곡가와 함께 합창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김태원이 말했다. 전문가를 만나 함께 한 작업이 더욱 아름다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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