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혁의 향기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오종혁/사진제공=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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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나의 힘이고, 나의 삶”. 뮤지컬 ‘그날들’의 넘버 ‘나의 노래’의 한 소절이다.

오종혁은 무대에 오르는 것이 참 좋다. 걸음을 옮기기 직전까지 떨리고 두렵지만, 무대에 선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는 대로 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뮤지컬이란 무대는 그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겼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진하게 알고 싶다. 지난 2008년에 첫 무대에 올라, 어느덧 8년째 무대 위 공기를 마시고 있다. 모두가 숨을 멈춘 듯한 그 순간, 그리고 배우와 관객이 하나의 공기로 뒤덮이는 그 강렬한 감정때문에 오종혁은 멈출 수가 없다. 무대에 오른 오종혁은 분명 더 짙어졌고, 선명해졌다.

10. 연이어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작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좋을 정도다.
오종혁 : 갑자기 공연 시기가 겹치면서 이렇게 됐다. 바쁜 사람이 아닌데…(웃음)

10. 매해 뮤지컬 혹은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조금은 익숙해졌을 법도 하다.
오종혁 : 어떤 작품을 해도 어렵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어느 작품을 해도 어렵더라.(웃음)

10. ‘그날들’은 어느덧 삼연 째인데, 여전히 새로운가.
오종혁 : 캐스트가 바뀌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익숙해진 순간, 긴장감이 떨어진다. 새로운 캐스트가 오면 느낌적으로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이 의도하지 않아도 새로운 것 같다. 아직 미비한 수준인데, 발성이란 걸 배우면서 노래를 하면서 즐겁다는 걸 알았다. 이젠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또 다른 재미를 찾아가는 것 같다.

10. 연기하는 인물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테고.
오종혁 : 감정이 조금 더 깊어진다고 해야 할까, 기쁨이나 설렘이 짙어진다. 시즌이 지날수록 조금 더 감정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10. 세 번째인데도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오종혁 : 사실 삼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삼연 째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좀 스스로 부담이 됐다. 관객들도 초연부터 계속 본 분들도 있기 때문에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정체된 느낌을 줄 것만 같아서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그날들’은 그 모든 고민을 한번에 없애고, 부르면 올 수밖에 없게 한다. 마음은 무겁지만, 오라는 순간 ‘예!’할 수밖에 없다.(웃음) 여자라면, 마치 친정에 온 기분이랄까. 집에 와 있는 편안한 기분이 든다. ‘그날들’ 식구들을 떠올리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든 부르면 올 수밖에 없다.

10. 아무래도 절박할 때 만난 작품이라 더 그렇겠다.
오종혁 : 남자들이라면 공감할 거다. 특히 연예인들은 군대라는 게 심적으로 더 크게 작용한다. 연예계 흐름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할 때, ‘그날들’을 만났다. 마음적으로는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다.

10. 다른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오종혁 : 항상 선택 자체는 어렵지 않다. 캐릭터가 좋으면 바로 결정하는 편이다. 대본을 읽었을 때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인지 힘든 작품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깊게 들어가는 걸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대본을 읽고 캐릭터가 좋다보니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하는 동안 항상 그렇게 애를 먹는데도 말이다.

10. 작품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 보인다.(웃음)
오종혁 : 연극 ‘킬미나우’ 때는 하루 전까지 머릿 속으로 정리가 안됐다. 이석준 형이 해준 말이 있다. ‘기능적인 면에 있어서 많이 헷갈리고 고민이 클텐데, 그럴 때 감정이 가는 대로 거기에 끌려가라’고 해주셨다. ‘그렇게 해서 될까요?’라고 되물었는데, 그 말만 듣고 마음가는대로 했더니 남은 것들이 해결되더라. 나는 항상 마지막까지 걱정시키는 배우이다.(웃음)

오종혁/사진제공=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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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렇다면, 걱정을 많이 해도 ‘막상 무대에 오르니 되더라’는 자신감이 생겼을 법도 한데. 늘 고민하지만, 결국은 해내니까 스스로도 알 것이고.
오종혁 : 올라가면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항상 걱정을 갖고 공연을 하고 있어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백석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백석이란 인물이 단조로워 보이면서 깊은 내면을 지졌다. 표현에 있어서 단순해 보일 수도 있어서, 그 점에 대해서 아직도 작가, 연출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풀어가고 있다.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어떤 배역을 대할 때, 감정에 대한 확신이 조금 확실해 진다. 조금씩이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1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선택한 이유는?
오종혁 : 우선 대본이 정말 좋았다. 아름답다고 해야할까, 백석의 시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다보니까 언어적인 면에서 아름다움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전체적인 풍광이 슬프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강한 작품인데, 그걸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사실 많이 어렵다고 지금 계속 스태프들에게도 말하고 있는데, 잘 해낼 수 있을지.(웃음) 개막은 오는 11월 5일이다.

10. 다른 뮤지컬의 지방 공연까지 있어서 동시에 두 작품 이상을 하는 셈이다. 호흡도 중요할텐데.
오종혁 : 요즘 좀 느끼는데, 점점 컨디션이 떨어지더라. 안걸리던 감기에도 걸리고. 주말에는 감기가 낫더니, 다시 장염이 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가는 것이 정신이 무너지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걱정을 계속하면서 마이너스 에너지를 갖고 있다보니까 아픈 것 같아서, 좀 더 밝게 에너지를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10. 작품에 들어가면 그 생각 뿐인 것 같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오종혁 : 한 작품을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스타일인데, 지금 몇 작품이 겹치다 보니까 심리적인 압박이 있다. 스스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겠다는 걱정도 있지만, 주위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선택함에 있어서 후회하는 결정이 아니었기를 하는 바람에 정신을 다잡고 있다.

10. 버티고, 벗어나는 노하우는 생겼나.
오종혁 : 노하우라는 게 없는 것 같다.(웃음) 공연이 끝나고 나왔을 때 다음날이 되기 전까지는 그 감정이 남아 있지만, 작품이 끝났을 때 몇달 씩 빠져 있지는 않다. 연습부터 그렇지는 않고, 다만 런 스루(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를 하기 시작하면서 커진다. 그간의 감정들이 쌓이고 응축되서 크게 남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크고, 그 감정들이 없어지는데 조금의 시간이 걸릴 뿐이지, 어떤 캐릭터에 빠져서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오종혁/사진제공=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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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럼에도 유독 빠지기 힘들었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나.
오종혁 : 아무래도 슬픈 작품들의 여운이 오래간다. 비극적으로 끝난다든지, 그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마무리 되면 집에 가서도 이어진다. ‘킬미나우’의 경우에는 그 감정이 심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준비 중인 단계이지만, 백석은 잔잔함 위에 슬픔이란 감정이 있는 캐릭터다. 슬픔 위로 담담한 것이 덮고 있는 것 같은, 웃고 있지만 슬픈 인물이다.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안에 둔 상태로 너무 큰 슬픔이 있는데, 그 슬픔을 따뜻함으로 덮어야 한다. 비극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10. 힘들고, 벅찰 때도 있지만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는,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오종혁 : 공기다.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공기의 흐름이 있다. 정확히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관객에게까지 공기가 퍼져나갈 때가 있다. 숨을 멈춘 상태로 공기가 흐르는데, 그 때 행복하다. 진짜 내가 아닌 느낌, 그 순간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끼는데 그걸 다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어떤 작품에서 한번은 모든 배우들이 다같이 그 흐름을 느낀 적이 있다. 표현하기 힘들지만, 꽉 차있다는 느낌을 다 같이 공유했다. 그때 정말 짜릿했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다.

10. 뮤지컬 ‘온에어’를 봤다. 그때부터 오종혁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오종혁 : 2008년에 공연된 ‘온에어’는 생애 첫 뮤지컬이었다. 갑작스럽게 오디션을 봤는데, 당시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왔구나’ 싶어서 창피하고 또 죄송했다. 준비없이 왔다고 죄송하다고 했는데, 연출이 같이 하자고 해주셔서 연습에 들어갔다. 그전까지 연기라고는 라디오에서 해본 꽁트 정도인데, 춤도 가요에 안무가 전부지 않나. 모든 것이 새로웠고 달랐다. 연습을 시작하고 2주동안은 가만히 있었다. 정말 힘들었고, 여기 왜 있는건지도 몰랐다. 연출께서 ‘믿고 따라 올래?’라고 물었고, 그때부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을 꾸준히 했다. 배우들이 모두 돌아간 이후에는 연출과 오전 5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매일 남아서 나를 위해 지도해준 거다. 그렇게 배우기 시작했다.

오종혁/사진제공=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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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잊을 수 없는 기억이겠다.
오종혁 : 연기를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 작품이 ‘쓰릴미’이다. 뮤지컬의 에너지가 좋아서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쓰릴미’를 하면서는 연기에 심취했다.

10. 거창할지 모르겠지만, 오종혁의 인생을 ‘온에어’ 전과 후로 나눌 수도 있겠다.
오종혁 : 사실 기점이 많이 나뉘었다. 연예인으로서 말이다. 뮤지컬을 접하면서 어떤 에너지를 얻었고, 행복한 과정을 더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역을 하고 나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TV를 보면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지만,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어떤 성적을 남겨 놓지 못하고 복귀를 하는 거니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있었다. 그 때 ‘그날들’이란 작품을 만나게 됐고, 그것 역시 기점이다.

10. 어느새 뮤지컬 배우로서도 1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종혁 : 처음 시작했을 때는 스스로도 ‘난 아직 초보자야’라는 생각으로 더 많이 부딪히고 깨져야한다는 마음이었다. 마냥 무대 위의 에너지가 좋아서 쫓아다녔다. 이제는 맡은 배역 안에서 완성도를 높기 위해, 또 같이 하는 배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언제,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방향 등에 대한 확신이 짙어졌다. 지금은 ‘언젠가는 우러러 보고 있는 선배들처럼 될 수 있겠지’하면서 달려가는 과정이다. 점프를 한 건 아니고, 뛰려고 힘을 주고 있는 단계라고 해야할까.(웃음)

10.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오종혁 :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늘 해왔던 것이니까, 항상 하던 작업이니까라는 생각을 자제하려고 애쓴다. 편안해지는 순간, 위험하더라. 그리고 무대 위에서 한없이 작아지더라.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한 작품은 무대에 올라 그만큼 크고 뜨거운 감정을 느낀다. 좀 더 사실적으로, 진심이 담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

10. 앞으로, 오종혁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오종혁 : 마냥 에너지가 좋아서 시작한 지난날이 있었다면, 이젠 연기란 걸 더 알고 싶다. 배우다워지기 위해서, 그걸 좇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무대에 오르고 싶고, 클릭비 출신의 오종혁이 아닌 배우로서 무대 위 인물로 더 단단해지고 싶다. 맡은 인물로 무대 위에 서서 깊게 뿌리 박는 느낌으로, 단단하게. 진하다는 느낌으로 서 있고 싶다.

10. 뮤지컬 배우로서의 목표가 확실하다.
오종혁 : 무대에 섰을 때 불안함이 없는, 정말 그 인물의 삶처럼 보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10. ‘그날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올리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도 벌써 기대된다.
오종혁 : 백석이란 인물이 가진,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이 많더라. 단지 슬픔, 기쁨이 아니라 두 가지가 공존했다가 또 다른 하나의 감정이 드러난다. 그 감정이 뒤덮였다가, 차가워지기도 하고.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인 것 같아서 걱정도 크지만, 그래서 너무 어려웠지만 그 인물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나 역시도 무척 기대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