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부터 오프온오프까지, 문학과 음악이 만났을 때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방탄소년단, 오프앤오프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하이그라운드

방탄소년단, 오프앤오프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하이그라운드

대중 문화계에 ‘장르 결합’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장르와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며 음악 그 이상의 다양한 의미를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그 중에서도 음악과 문학의 만남이 눈에 띈다. K팝 그룹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준 가수는 바로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일 ‘쇼트필름(Short Film)’이라는 전례없이 독특한 콘텐츠로 정규 2집 ‘윙스(WINGS)’의 발매를 예고했다. 방탄소년단이 공개한 쇼트필름은 한 영상 안에 노래와 안무를 결합해 보여줬던 기존의 티저나 뮤직비디오라는 방식에서 탈피해 앨범의 서사를 7편의 단편 영화 형식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한 편의 짧은 연극을 보는 듯한 멤버들의 열연이 더해졌다.

공개된 쇼트필름은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속 구절로 시작한다. 시대의 청춘소설인 ‘데미안’은 발간 당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작품이다. “모든 젊은이들은 그들 또래의 선지자 한 명이 나타나 삶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드러냈다고 생각했고 그 고마운 충격에 기꺼이 휩쓸렸다”라는 작가 토마스 만의 글이 이를 잘 입증한다. 청춘과 관련된 ‘데미안’ 속 주제들은 그간 활동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 그 흔들림의 미학을 보여줬던 방탄소년단의 콘셉트와도 궤를 같이한다. 방탄소년단은 문학의 단순한 차용을 넘어 휘파람, 새(압락사스), 침대, 사과 등 소설 속 수많은 기호들을 영리하게 영상 안에 녹여내며 자신들만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정국 쇼트필름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음악과 문학의 이 환상적인 앙상블은 하나의 텍스트가 됐다. 모호함이 매력적인 쇼트필름 속 소설의 기호들은 방탄소년단 팬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을 불러 일으키며 수많은 2차 해석을 만들어냈다. 1919년에 발간된 고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인터파크 9월 1주 베스트셀러 20위에 올랐다. ‘데미안’ 출판사 민음사는 본격적으로 ‘WINGS’ 속 헤르만 헤세 ‘데미안’ 해석 시리즈를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오프온오프 앨범 재킷 / 사진제공=하이그라운드

오프온오프 앨범 재킷 / 사진제공=하이그라운드

음악과 시와의 만남도 눈에 띈다. 타블로가 수장으로 있는 하이그라운드는 지난 19일 공식 SNS 및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신예 듀오 오프온오프의 신곡 ‘배쓰(Bath)’의 아트 필름에 시인 오은의 시구를 담았다. 오은은 아트 필름을 공개하기 앞서 오프온오프의 공식 사이트에 ‘눈을 감아도 선명하다. 눈을 감으니 점점 선명해진다. 마음이, 마음들이 욕조에 물을 받는다’ 등으로 표현한 프롤로그를 게재했다. 이 프롤로그의 일부가 아트 필름에 영어로 번역돼 담겼다.

싱어송라이터를 담당하는 ‘콜드(Colde)’와 프로듀서 역할을 담당하는 ‘영채널(0channel)’로 이뤄진 동갑내기 듀오 오프온오프는 시작부터 장르를 구분짓지 않는 ‘하이브리드적 아이덴티티’로 첫걸음을 뗀 아티스트다. 하이그라운드 측은 아트 필름을 공개하며 “오프온오프가 추구하는 방향은 비주얼과 음악 두 가지 부분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로, 음악에 있어서는 장르에 구분 없이 신선하고 좋은 음악들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밝힌 이유다.

옥상달빛X하상욱, 로이킴 콘서트 포스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CJ E&M

옥상달빛X하상욱, 로이킴 콘서트 포스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CJ E&M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에 접속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손가락 하나로 클릭해 감상하는 ‘스마트핑거 콘텐츠’가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처럼 모든 콘텐츠가 빠르게 읽히고 소비되는 스마트핑거 콘텐츠 시대에서는 한두 줄의 짧은 문장만으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SNS 시((詩)가 문학 장르 중에서도 음악과의 콜레보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6월 21일 발매된 SNS 시인 하상욱과 인디 밴드 옥상 달빛의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도 그 예다. 이 곡은 아예 시인 하상욱이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옥상달빛은 편곡과 보컬을 담당했다. 음원 뿐만이 아니다. 로이킴은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13일까지 개최한 ‘2016 로이킴 작은 콘서트’의 포스터 작업을 SNS 시인과 함께 하기도 했다. 로이킴이 협업한 시인은 ‘SNS 천재 시인’이라고 알려진 이환천이다. 이환천은 로이킴의 콘서트 타이틀명 ‘쉼’에서 영감을 얻어 ‘심’과 ‘쉼’으로 라임을 맞춘 시를 만들었고, 이는 흔한 콘서트 포스터를 신선하게 변모시켰다. 이처럼 음악과 문학의 만남은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며 대중 문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각 분야 아티스트간의 향후 콜레보레이션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