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x예능·드라마x다큐, 왜 크로스오버인가?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무한도전' 스틸컷 / 사진=MBC 제공

‘무한도전’ 스틸컷 / 사진=MBC 제공

영화와 예능이 합쳐졌다. 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도 결합했다. 최근 방송가는 크로스오버, 하이브리드 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다.

지상파 3사가 명절 연휴 때 선보이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기 때문에 향후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지상파가 주목한 콘텐츠는 바로 장르 결합이다. SBS ‘씬스틸러’는 연기와 리얼 버라이어티를 조합한 프로그램으로 출연진들은 극본 없이 애드리브로 연기 대결을 펼쳤다. 출연진들의 내공과 재치가 빛을 발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찬을 받았다.

MBC ‘상상극장 우.설.리(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는 예능에서 드라마를 찍는 형식으로 누리꾼들의 댓글을 드라마 대본으로 만든다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였다. 학교 로맨스, 휴먼 판타지,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예능과 결합하며 색다른 포맷의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았다.

SBS는 마운드 위의 새로운 문화가 된 시구와 예능을 결합한 ‘시구 스타 선발대회-내일은 시구왕’과 노래 배우기와 토크쇼가 결합된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를 KBS2는 과학과 마술을 결합한 버라이어티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 등을 선보였다.

'상상극장 우.설.리' 스틸컷 / 사진=MBC 제공

‘상상극장 우.설.리’ 스틸컷 / 사진=MBC 제공

이 같은 현상을 봤을 때 크로스오버, 장르 결합은 향후 방송가를 이끌어갈 강력한 콘텐츠로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최근 한 편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 ‘2016 무한상사’ 특집을 선보였다. ‘위기의 회사원’이라는 부제로 장항준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드라마 ‘싸인’ ‘쓰리데이즈’ ‘시그널’ 등의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영화 ‘터널’ 제작을 맡은 장원석 프로듀서가 영화제작에 나섰고, 김혜수·이제훈·지드래곤·쿠니무라 준이 특별출연하며 힘을 보탰다.

‘2016 무한상사’는 극장판을 추진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스케일을 자랑한다. 멤버들은 실제 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지기도 했다. 수준 높은 콘텐츠에 시청자들 역시 반응했다. 3일 첫 본편이 공개된 편은 1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웃음기를 쏙 뺀 스릴러 장르였다. 추격신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이 이어졌고, 이를 파헤치려는 멤버들의 모습이 진지하게 그려졌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도전이었지만 이 같은 시도는 박수를 받았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가 결합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KBS1 ‘임진왜란 1592’는 KBS와 중국 CCTV의 합작을 통해 최초의 한국형 팩츄얼드라마로 제작됐다. 팩츄얼드라마는 실제 역사 속 인물, 사건, 이야기 모두를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장르로 드라마적 형식을 빌려 표현하지만 허구와 왜곡을 가하지 않은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강조한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한·중·일 삼국의 역사적 기록들을 기반으로 제작된 ‘임진왜란 1592’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과 당시를 살아냈던 인물들의 삶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다큐보다 더 사실적인 연출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에 연출을 맡은 김한솔 PD는 이례적으로 제작비 공개와 함께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의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임진왜란 1592' 거북선 스틸컷 / 사진=KBS 제공

‘임진왜란 1592’ 거북선 스틸컷 / 사진=KBS 제공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콘텐츠는 어떻게 2016 방송가를 강타한 걸까? 먼저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 문화가 TV 속으로 들어왔기에 가능해졌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본방사수를 하는 시청세대와 정서는 물론이고 시청환경 역시 달라졌다. 더 이상 방송사가 인터넷 문화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여러 가지를 결합한, 크로스 오버된 인터넷 문화가 방송가로 넘어왔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우.설.리’ 같은 드라마의 기존 형식을 탈피한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개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이에 따라 이종교배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게 됐다. 앞으로도 이러한 콘텐츠는 방송가가 주목할 요소”라고 진단했다.

물론 하이브리드 콘텐츠가 대세지만 제작진의 고민이 들어가지 않은 결합은 지양했다. 하 평론가는 “단순히 두 개의 장르를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만듦새, 속알맹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개의 장르가 잘 결합되지 않는다면 이도저도 아닌, 싸구려처럼 보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