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청춘시대’, 내 청춘의 단편이 담긴 드라마”(인터뷰)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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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지난 8월 종영한 JTBC ‘청춘시대’를 ‘웰메이드’ ‘인생드라마’ 등의 수식어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배경에는 ‘청춘시대’가 2016년을 살고 있는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고민들을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감성적으로 풀어내며 전 세대의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극중 그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외향적인 성격에 음담패설을 좋아하지만 ‘모태솔로’인 송지원은 ‘청춘시대’의 화자였다. ‘청춘시대’가 전달하는 직접적인 메시지들은 모두 송지원을 통해 전달됐다.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며, 팔색조 매력을 보여줬던 배우 박은빈을 만나 ‘청춘시대’와 ‘청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0. 전 세대에 골고루 사랑 받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박은빈: ‘20대 여성 밀착동거담’이라고 홍보했지만 ‘청춘시대’가 20대 여성들만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 작가님이 쓰신 기획의도에 공감을 통한 소통, 소통을 통한 공감, 그런 공감과 소통을 통한 치유라는 표현이 좋았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게 이런 공감과 소통, 치유가 아닐까. ‘청춘시대’는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 드라마.

10. 가족들도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특히, 송지원이 유쾌한 캐릭터였으니 가족들이 좋아했을 것 같은데?
박은빈: 촬영에 바빠 본방사수를 못해서 가족들의 반응을 정확히 모른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보니까 아빠와 오빠한테 드라마를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면 “재미있게 봤다”고만 한다. 그래도 한 살 차이 나는 오빠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거 보면 확실히 드라마가 어느 정도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오빠가 평소 내 드라마를 많이 챙겨보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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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과감한 단발 변신이 화제를 모았다.
박은빈: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내적갈등도 겪었다.(웃음) 지원이 극중에서 어떤 서사가 있는 캐릭터인지 설명이 별로 없다. 겉으로만 보면 붕붕 떠있고, 오버하는 것 같고, 말도 많으면서 캐릭터들의 경계에 서있고 개인의 서사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송지원에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에 캐릭터를 받고 낯설어서 고민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단발을 얘기하셨던 것이다. 머리를 자르고 나니까 캐릭터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물론 거울 보면서 이 사람은 누굴까,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한숨이 나오긴 했지만.

10. 썩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었나보다.
박은빈: 감독님이 지원의 시안을 주셨는데, 그걸 보고 확신을 했다. 절대 이 머리는 나한테 어울릴 수 없다.(웃음) 시안 속 모델들이 이목구비가 또렷한 서양 모델이었기 떄문이다. 인형 같은 사람들이 해서 어울렸지 내가 하면 필히 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안 울려도 되고, 안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얘기하셨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10. 평소 박은빈의 성격은 얼마나 극중 송지원과 닮았나?
박은빈: 지원이의 밝은 에너지가 내게 없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외향적이고 낯도 안가리고 음담패설에 음주가무도 즐기는 지원의 모습과는 반대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연기하기 힘든 구석도 있었지만, 덕분에 두 달간 스펙터클하게 내가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인생을 살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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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개인적으로는 ‘수컷의 밤’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박은빈: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던 날이었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지 않으려고 ‘나는 송지원이다’를 계속 되뇌었다. 인물들도 많이 모였고, 그들은 다들 어색한 자리인데 나 혼자 분위기를 주도해야했다. 혼자 열심히 해야 해서 에너지를 많이 모아둘 필요가 있었다. 현장에서는 정말 조용히 한구석에서 대본 보면서 에너지를 비축했었다. 평소에도 그런 간극이 좀 있었다.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끝나면 나도 모르게 괜히 쑥스러웠다.

10. ‘여자 신동엽’이라고 불릴 정도로 왈가닥 캐릭터였지만, 내레이션을 할 때만큼은 진지하고 뼈있는 말들이 많았다.
박은빈: 지원의 내레이션만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다른 하메들은 다 자기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 멋있게 이야기했었다. “어떤 사건도 시작부터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난 어쩌면 파국의 복선을 깔았는지 모른다” 등 현재에서 과거, 미래에서 현재를 되돌아보는 듯한 화자의 역할을 했다.

10. 은재(박혜수)에게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얘기한 지원의 사연은 정작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아쉽지 않았나?
박은빈: 오히려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극의 화자로서 다른 하우스메이트(이하 하메)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같은 역할이었던 것 같다. 지원의 과거가 공개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크게 서운하진 않았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시청자들은 지원이는 그냥 허언증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선 단순히 지원이 그냥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난 이렇게 미완결적인 부분으로 끝나는 게 우리가 사는 일상이자 인생 같았다. 많은 여지를 남은 결말이었다.

10. ‘우리가 사는 일상 같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박은빈: 우리 일상도 되돌아보면 명확하거나 명쾌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청춘시대’도 나름대로 만족스런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라고 해서 꼭 모두가 짝을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살다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 않느냐. 지원도 그 후에 남자친구를 만들었을 수도 있고, 끝까지 곁에 남자 사람 친구만 있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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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청춘시대’는 ‘청춘’ 박은빈에게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드라마였을 것 같다.
박은빈: 다섯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20년 가까이 쭉 연기자로 살아왔다. 연기를 하는 나와 진짜 나를 잘 조율하려고 노력했다. 나에 대한 이해가 절실했고, 그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삶을 더 잘 보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다. ‘청춘’으로 본다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또래 친구들이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그 내용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작품이 없을 땐 늘 취업준비생이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나와 같이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0. 20대 초반의 ‘청춘’ 박은빈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나?
박은빈: 나를 돌아볼 때마다 난 어릴 시절 무슨 생각으로 연기를 좋아했을까 물어본다. 과연 내 적성에 맞는 것일까. 나한테 재능은 있는 걸까. 즐겁게 연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잘했다, 잘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한 적은 없었다. 뒤늦게 그런 후회를 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진지하게 날 돌아보게 됐다.

10. 그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답은 얻었나?
박은빈: 어떤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연기는 자기만족이라고. 배우가 공인이라고 하지만, 대중이 뭐라고 얘기하든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가져야 한다. 자기가 만족해야 행복한 거다. 남들 평가에 일희일비 하지마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말씀을 듣고 스스로 뭔가 만족할 만한 연기를 앞으로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러다보면 시청자들도 나를 통해 재미있게 보는 작품이 생기게 되고, 그런 작품을 통해 휴식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로 잠깐이나마 여가 생활을 즐기는 건데, 그럴 때 내가 피곤하고 힘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휴식이 됐으면 한다.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시도할 것이고,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했으면 좋겠다. ‘청춘시대’를 잇는 대표작이 생겼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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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박은빈에게 ‘청춘시대’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박은빈: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청춘시대’를 다시 봐도 ‘내 청춘의 단편을 오롯이 이 작품에 담겨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무더웠던 지난여름에 뜨겁게 열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작품에 쏟은 열정이 뜨거웠던 만큼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회자가 됐으면 좋겠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