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질투의 화신’·‘판타스틱’ 암은 꼭 슬퍼해야 돼?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질투의 화신', '판타스틱' 포스터 / 사진=SBS, JTBC 제공

‘질투의 화신’, ‘판타스틱’ 포스터 / 사진=SBS, JTBC 제공

‘암’을 다루지만 눈물을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안방극장에 두 편의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로코 특유의 간질간질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주인공이 유방암에 걸렸지만 이를 슬프게 그리기보다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여배우들과 코믹 연기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는 남배우들의 연기 열전 역시 매회 화제다.

공효진·조정석 주연의 SBS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과 김현주·주상욱 주연의 JTBC ‘판타스틱’(극본 이성은, 연출 조남국)이 로코를 기반으로 여타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색깔을 가미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질투의 화신’은 별 볼일 없는 여자를 둘러싼 잘나가는 남자들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구태의연한 소재로 그간 수없이 다뤄졌지만 양다리 로맨스, 남자의 유방암 등을 그리며 그간 본 적 없는 로코의 출격을 알렸다.

드라마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인 ‘질투’를 집중 조명한다. 이화신(조정석)은 자신을 3년간 짝사랑한 표나리(공효진)가 친구인 고정원(고경표)에게 관심을 갖자 질투를 하며 그에 대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후 표나리는 이화신과 고정원 사이에서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는 모습이 나올 예정이다. 그간의 로코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지점은 바로 이화신이 유방암에 걸린 환자라는 것이다. 입만 열면 “어디 여자가”라는 말을 내뱉는 ‘남자 중의 남자’ 이화신은 주로 여자가 걸린다고 알려진 유방암에 걸리고 혼돈에 빠진다. 그가 분홍색 환자복을 입고 교정브라를 차는 등의 모습은 극의 백미로 꼽힌다.

'질투의 화신' 스틸컷 / 사진=SBS 제공

‘질투의 화신’ 스틸컷 / 사진=SBS 제공

색다른 로코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8월 24일 7.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2회 8.3%, 3회 8.7%, 4회 9.1%, 5회 9.9% 등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돋보인다. 공효진은 짝사랑한 이화신에게 먼저 입맞춤을 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발칙함과 “나도 짝사랑 받고 싶다”고 솔직함 가득한 캐릭터를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보여주고 있다. 명불허전 ‘공블리’의 매력을 마음껏 표출중이다. 조정석은 카리스마 넘치는 마초남부터 질투로 오열하는 지질한 모습까지 팔색조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선보인 납득이를 능가하는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판타스틱’ 역시 유방암이 소재다. 첫 회부터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 이소혜(김현주)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눈물바다를 예고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이소혜는 울고 짜는 신파는 거부하고 즐거운 오늘만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뤄뒀던 여행을 계획하고, 클럽에서 일탈을 즐긴다. 이소혜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린 의사 홍준기(김태훈) 역시 “어차피 인생은 시한부”라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드라마는 ‘시한부=눈물’이라는 클리셰를 깨부수며 오늘만 사는 일이 얼마나 ‘판타스틱’한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연출을 맡은 조국남 PD는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말고 주어진 현실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타스틱' 스틸컷 / 사진=JTBC 제공

‘판타스틱’ 스틸컷 / 사진=JTBC 제공

이를 연기하는 김현주의 열연이 돋보인다. 암이 진행되면서 매번 달라지는 주인공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좌절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현재를 즐기려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까지 안긴다. 매 작품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갓현주’라는 수식어에 걸맞다. 이소혜와 얽히고설킨 ‘발연기’ 전문 배우 류해성 역의 주상욱은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시도했다. 매 작품마다 발연기 논란에 휩싸이는 한류스타로 극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판타스틱’은 2%의 안정적인 시청률로 순항중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부분 드라마에서 암이나 불치병 등은 눈물 코드가 가미된 멜로의 장치로 많이 사용됐으나 요즘 시청자들은 비극을 원하지 않는다. 현실 자체가 우울하기 때문에 비극성 짙은 드라마를 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질투의 화신’과 ‘판타스틱’은 불치병을 심각하게 그리기보다는 요즘 젊은 세대에 맞게 로코의 방식을 가미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재미있으면서도 유쾌한 매력으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