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간 한국 영화②] 韓-현지 협업, 가장 진화한 해외 진출 방식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CJ E&M이 한중합작으로 중국판 '베테랑'과 '장수상회'를 제작한다. / 사진제공=CJ E&M

CJ E&M이 한중합작으로 중국판 ‘베테랑’과 ‘장수상회’를 제작한다. / 사진제공=CJ E&M

한국의 영화제작 시스템이 바다를 건너고 있다. 원작을 해외에 수출하고,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중국·미국 등 현지 제작사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CJ E&M은 중국 현지에서 ‘CJ E&M 한중합작영화 라인업 발표회’를 열어 ‘중국판 베테랑’, ‘중국판 장수상회’ 등을 위시한 한중합작영화 라인업을 발표했다. 한국의 투자배급사가 중국에서 최초로 진행한 라인업 공개 행사에는 현지 언론을 포함해 총 170여 개의 매체가 취재 경쟁을 벌였다.

‘중국판 베테랑’은 현재 중국화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으며, 2017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황정민이 맡았던 서도철 역에는 영화 ‘침묵의 목격자’ ‘마약전쟁’, 드라마 ‘잠복’ 등을 통해 중국의 국민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쑨홍레이(손홍뢰, 孫紅雷)가 캐스팅을 확정했다. 또, 유아인이 연기한 악랄한 재벌 3세 조태오 역에는 ‘나의 소녀시대’의 왕대륙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류승완 감독(왼쪽부터)·황정민 배우·쑨홍레이 배우·청즈웨이 제작자 겸 배우·윤제문 감독·이석훈 감독 / 사진제공=CJ E&M

류승완 감독(왼쪽부터)·황정민 배우·쑨홍레이 배우·청즈웨이 제작자 겸 배우·윤제문 감독·이석훈 감독 / 사진제공=CJ E&M

강제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박근형·윤여정이 출연해 노년의 사랑을 그렸던 ‘장수상회’ 역시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2017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중국판 장수상회’의 연출을 맡은 배우 겸 영화감독 청즈웨이(증지위, 曾志偉)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차가워진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이보다 앞서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는 2015년 한중 합작 영화로 제작돼 약 632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2015)·일본(2016)에서도 국가별 현지화를 통해 개봉을 해고, ‘태국판 수상한 그녀’ 역시 한-태국 합작영화로 오는 11월 개봉된다. 또, ‘터키판 수상한 그녀’와 미국 히스패닉 사회와 멕시코를 겨냥한 ‘스페인어 버전 수상한 그녀’ 프로젝트도 계획 중에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진출을 꾀하는 제작사도 있다. ‘인천상륙작전’ 흥행에 성공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에이리스트코퍼레이션과 함께 한미합작 SF공포 영화 ‘블롭’(The Blob)를 준비하고 있다. ‘블롭’은 1958년 동명의 SF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인간을 잡아먹고, 증식하는 우주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블롭’에는 할리우드 배우 사무엘 L. 잭슨이 출연을 확정했다. ‘어벤저스’의 닉 퓨리 국장으로 친숙한 사무엘 L. 잭슨은 대표적인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그가 한국 제작사가 주도하는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를 촬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가운데),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촬영감독(감독 왼쪽) / 사진제공=넷플릭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를 촬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가운데),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촬영감독(감독 왼쪽) / 사진제공=넷플릭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 또한 협업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옥자’는 어린 소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거대 동물 옥자가 다국적 기업에 의해 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70억)을 투자했으며, 국내 특수목적법인 옥자 SPC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 중이다.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며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감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인호 CJ E&M 영화사업부문 팀장은 “해외 합작 영화의 경우 기획부터 투자·제작·마케팅·배급·홍보까지 모두 현지 제작사와 협업을 하는 방식이다. 해외 합작 영화는 언어적 장벽이 있는 영화 수출이나, 계약서로 이뤄지는 리메이크 판권 판매 방식보다 진화한 해외진출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한국 영화 시장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기획력이다. 한국이 원천 소스를 영화화하는 과정을 궁금해 한다”라며 “우리도 중국과 함께 제작을 하면, 중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배울 수 있다. 이처럼 해외 합작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워너브러더스나 20세기폭스처럼 한 가지 버전의 영화를 전 세계에 배급할 수 있는 배급망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영화가 해외에 진출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해외 합작의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