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의 영화 마주하기] ‘하루’

[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영화 '최악의 하루' 포스터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최악의 하루’ 포스터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무심코 틀었던 케이블 채널에서 ‘하루’가 방영되고 있었다. 오래 전 작업했던 영화를 마주하려니, 졸업 앨범의 사진 속 나처럼 분명 나지만 동시에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문득 최근에 본 ‘최악의 하루’가 말풍선처럼 통통 떠올랐다.

주인공 은희를 맡은 한예리는 영롱했다. 그녀가 나온 영화나 드라마를 본 적이 있지만, 내가 몰랐던 혹은 지나쳤던 그녀의 표정을 마주했다. 그녀는 미묘하게 다른 표정과 말투로 영화 속 세 명의 남자 뿐 아니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사실 영화 속 은희의 상황은 영화 제목처럼 꿀꿀하기 그지없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남자를 하루 속에 담아놓으려니 부글부글 끓을밖에.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화는 잘 깎은 연필로 사사삭 그려진 소묘처럼 집중력있고 경쾌하다. 그래서인지 극장을 나서면서 못내 상큼했다.

‘최악의 하루’는 나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했다. 하정우 주연의 ‘멋진 하루’가 그랬던 것처럼. 하정우나 한예리라는 배우는 문장 부호마저도 제대로 연기로 표현한다. 그들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건, 최악의 하루일지도 모를 필자의 어느 날이 멋진 하루로 마감될지 모르는 까닭이다.

[시나리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해변으로 가다’,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그리고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포함한 다수의 동화책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감동주는 이야기 쓰기 비법’ 강의를 맡고 있다.]

정리=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