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흥행 코드③] 재난 영화로 비춘 헬조선과 생명의 가치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터널'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터널’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터널’은 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한국의 현실 세태를 반영한 해학적 맛도 풍부한 영화다. 김성훈 감독은 과거에 일어났고 아마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사건과 이면을 반영한 인물들과 장면들로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선사한다. ‘터널’이 ‘세련된’ 재난 영화로써 빛나는 지점이다.

김 감독은 현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를 ‘깨알같이’ 꼬집고, 계절처럼 반복되는 인재(人災)를 지켜보며 국민들이 왠지 모르게 가렵다고 느꼈던 곳을 특유의 화법을 통해 속 시원하게 긁어준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참사와 일련의 정치적 사태를 반영한 인물들과 장면들 상황 곳곳에 배치했을 뿐 아니라, 정부·기업·언론·사회 등 다각도에서 풍자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데에서 김 감독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한 예로, 터널이 무너져 내렸다는 정수의 최초 신고에 “선생님, 어느 정도 무너진 것입니까, 예예,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주세요”라는 119 구조대의 ‘너무나 예의범절 갖춘’ 대응은 실소를 자아낸다. 붕괴 23일 째 미디어의 한 프로그램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놓고 벌어지는 썰전이나 경제적 가치와 생명을 한 테이블 위에 놓고 벌이는 탁상 공론은 또 어떤가. 카메라의 렌즈는 이 토론을 건조하게 비추며 이 대단한 ‘경제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 누구를 살리기 위한 정책인지 관객에게 되묻는다.

어느새 사소해져가고 있는 ‘한 생명의 중요성’ 또한 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중요한 메시지다. 그는 앞서 인터뷰에서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희생자의 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한 사람이 거대한 재난을 홀로 마주했을 때 외로움이나 두려움은 더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희생자의 수로 재난의 규모를 재단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생명이 가진 가치를 영화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 의도를 밝혔다.

‘터널’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홍보팀장은 “일단 영화가 가진 힘이 있다”며 “김 감독님이 작품을 만들면서 품었던 여러 메시지, 특히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관객 분들이 공감을 해주신 것 같다. 하정우라는 배우의 연기력과 유머, 웃음 포인트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