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티 랩스타, 키디비X제이스(인터뷰)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래퍼 키디비와 미스에스 제이스가 최근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래퍼 키디비와 미스에스 제이스가 최근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언니, 오늘 ‘아가씨’처럼 입고 온 것 같아요.” 제이스의 의상을 본 키디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제이스는 “나의 구원자, 나의 키디비”라며 너스레를 떤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거침없이 상대방을 디스하고, 자신감을 보였던 래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힙합 좋아하는 언니들’ 키디비와 제이스는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이 내뿜는 긍정 에너지에 ‘여자 래퍼=센 언니’라는 편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10. 각자의 근황이 궁금하다.
제이스: 3월에는 ‘영혼 없이 말하지마’로, 지난 6월에는 새 싱글 ‘피처링’을 발매했었다. 미스에스 다음 앨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키디비·칸토와 함께 같이 준비하고 있는 곡도 있다. 동생들이랑 같이 하면서 자극도 받고 공부도 된다. 3월에 결혼하고 나서 요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소꿉놀이 하는 기분으로 신혼생활도 즐기고 있다.(웃음)
키디비: 피처링도 여러 차례 했었고, 지금은 내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워킹걸 콘셉트의 노래다. 3월에 냈던 ‘두잉 굿(Doin’ Good)’ 어쿠스틱 버전도 싱글로 곧 나오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와 ‘힙합의 민족’처럼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음악을 즐기기 힘들었다. 요즘에는 정말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있다.

10. 최근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이하 언프리티)’가 시즌3를 방송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언프리티’ 출신인데, 시즌3을 보고 있나?
제이스: 팝콘 먹으면서 보고 있다.(웃음) ‘편집을 이렇게 했네?’ ‘캐릭터를 저렇게 만들어줬네’ 하면서 본다.
키디비: 난 1화에서 하주연을 보며 마음이 짠했다. 예전에 ‘쇼미더머니5’에서도 지투를 볼 때도 그렇고, 무대 위에서 가사를 틀린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이미 방송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기분 어떤지 안다.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려면 정말 멘탈이 강해야 한다. 댓글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10. 방송을 보면 정말 당당하고, 상대방을 거침없이 디스하니까 당연히 멘탈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이스: 개인 인터뷰를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사실 난 나와 안 맞는 사람이 있으면 속으로 생각만 하고, 말로 내뱉지 않는다. 뒤에서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당시에 내 분량이 많이 없다. (웃음) 그래도 차라리 내 마음이 편한 게 낫지. 내 성격과 맞지 않은 방송이었다. 어렸을 때 펜싱 선수를 하다가 그만 둔 것도 경쟁이 싫어서 그만 둔 건데.
키디비: 나 역시 모두의 스타일을 존중하는데, 제작진은 ‘내가 여기서 독보적이다’라고 말하길 원했다. 그런데 내가 촬영을 계속 할수록 너무 ‘빙구’처럼 행동하니까 나중에는 작가 언니들이 내가 말하려고 하면 ‘좀 자제하라’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센 캐릭터로 등장했는데, 방송 막판에는 부녀회장 이미지가 됐다.

미스에스 제이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미스에스 제이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두 사람 모두 ‘언프리티’로 센 언니 이미지를 얻었던 것 같다. 본인들의 진짜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지 않나?
제이스: 생긴 건 ‘센 언니 같다’는 말을 맡이 듣는다. 참다 참다 동생들한테 싫은 소리를 하고 나면, 미안해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다. 사실 난 사랑을 주제로 하거나, 내 얘기를 많이 했었다. ‘언프리티’를 하면서 처음 센 가사를 써봤다. 내가 쓰고 싶은 가사는 예를 들어 ‘결혼하니까 정말 좋더라’ 이런 가사인데 ‘언프리티’에선 그런 얘기를 쓸 수 없으니까. 진짜 가사만 틀리지 말자고만 생각했다. 그래도 ‘언프리티’를 통해 내 이름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이렇게 떠오르는 샛별인 키디비와 같이 인터뷰도 하게 된 건 좋은 점 같다.(웃음)
키디비: 제이스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평화주의자다.(웃음) 나도 음악을 할 때 내가 그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언더에 있을 때의 모습이 좀 세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전혀 센 성격이 아니다. 적을 만들지 않고,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다. 모난 데 없이 잘 큰 아이다. ‘언프리티’ 첫 녹화 때 화장을 너무 세게 하고 나간 것이 실수였다.(웃음) 타이트한 스케줄을 경험해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게으른 삶을 살았었는데 ‘언프리티’에 출연하며 한계를 느끼고, 그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다.

10. 그래도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때문에 힙합이 대중화되지 않았나? 래퍼로서 피부로 와 닿는 게 있을 텐데.
키디비: 득을 확실히 봤다. 행사가 많아졌다.(웃음)
제이스: 예전에는 힙합하는 사람들은 홍대나 클럽에서 공연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대학 축제에서도 불러주는 것 보면 힙합이 대중화된 건 확실하다.
키디비: 지역 행사를 갔었는데, 어르신들이 TV에서 봤다고, 아는 척도 해주신다. 물론, 이름을 정확하게 얘기해주시는 건 아니지만.(웃음) 그래도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 아닌가.

10. ‘언프리티’와 ‘쇼미더머니’를 비교하면서 남자 래퍼와 여자 래퍼들 간의 실력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키디비: 인정한다. 여자 래퍼들이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남자 래퍼들의 아이디어적인 측면들이나 무대에서의 장악력이 부럽다. 부러우면서도 나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여자 래퍼는 여자만의 감성을 노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제이스: 프로그램 간의 성격 차이도 있는 것 같다. ‘언프리티’가 랩보다는 캐릭터·라이벌 관계 설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쇼미더머니’는 이 래퍼가 어떤 환경에서 랩에 열정을 쏟았는지를 좀 더 보여주는 것 같다. 랩적인 부분들을 좀 더 부각시켜줄 수도 있을 텐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래퍼 키디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래퍼 키디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키디비는 ‘언프리티’ 이후 브랜뉴뮤직에 들어왔다. 소속사가 생겨서 좋은 점이 있나?
키디비: 경기도 시흥에서 살았는데 공연장이 있는 홍대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린다. 정말 힘들었다. 소속사가 생겨서 힘이 많이 되고, 옆에 있는 제이스 언니와 미스에스 민희랑 정말 많이 친해졌다. 라이머 오빠는 언더 때부터 많이 지켜봐주고, 잘 챙겨준다. 혼자서 음악을 할 때보다 회사에 들어온 게 100배는 더 좋다. 주변에도 많이 자랑하고 다닌다. 항상 좋다고.(웃음)

10. 개인적으로는 힙합이 좀 어렵다. 귀에 꽂히는 음악이 있을 때가 있는데, 아무리 들어도 잘 감이 안 오는 그런 음악도 있고.
키디비: 당연한 거다. 뮤지션들의 스타일이 다양해서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딥(Deep)’한 스타일의 음악을 해서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엄마가 들었을 때 쉬운 음악이 좋은 건데, 내 취향을 고집하면 회사가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미스에스처럼 달콤한 음악을 못 만든다. 최근에 연애 경험을 쌓아가고 있지만, 아직 사랑 음악을 쓰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억지로 내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만들고 싶진 않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니까. 그래서 고민이 많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이 하는 건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도 하고. 나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게 재미있지만, 힘들어서 자괴감에 가끔 빠지기도 한다.

10.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제이스는 요즘 사랑 가사가 잘 써질 것 같다.(웃음)
제이스: 남편이 워낙 밝은 에너지를 준다. 난 키디비랑 약간 반대다. 스스로 공감 되고, 무슨 말인지 가사를 알아들을 수 있는 곡이 좋다. 각자의 기준이 있고,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있는 거다. 난 내가 가사 쓸 때 이걸 듣는 사람이 공감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키디비: 나도 대중성을 고민하는 이유가 ‘언프리티’ 때 ‘아슬아슬해’란 곡을 많이 좋아해주는 걸 보고 놀랐다. 그 곡을 듣고 ‘공감 된다’ ‘힘이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래퍼 키디비와 미스에스 제이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래퍼 키디비와 미스에스 제이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가사노트를 쓴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궁금하다. 생각날 때마다 쓰는 건지 아니면 오늘은 가사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쓰기 시작하는 건지 궁금하다.
키디비: 휴대폰 메모 앱에 생각날 때마다 쓴다. 녹음도 많이 한다. 가사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화장실.(웃음) 샤워하다가도 갑자기 생각나면 잠깐 나와서 아이디어를 적어뒀다가 다시 들어가서 샤워하고 그런다.
제이스: 나도 주로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에 메모를 하는 편이다.
키디비: 그래서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 이게 공개되면 부끄러워서 밖에 못 돌아다닐지도 모른다.(웃음)

10. 그럼 그 아이디어는 보통 어디서 얻나?
제이스: 곡을 받은 다음에 가사를 쓸 때도 있다. 난 솔로 1집을 준비할 때 16곡의 가사를 써야했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 가서 시집을 엄청 많이 빌렸다. 그런 다음에 좋은 구절이 있으면 다 적었다. 그 구절에 담긴 감성과 표현을 배우려는 목적이었다. 또, 이별 얘기를 쓰려면 나도 슬픈 감성을 젖어야 하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 이별 얘기 읽어보기도 한다.

10. 특히, 결혼한 뮤지션들은 이별 얘기 쓰기가 난감할 것 같다.
제이스: ‘피처링’ 가사를 쓸 때 나는 결혼을 했는데, 이런 짝사랑하는 내용의 가사를 써도 되나 싶더라. 예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다음 작곡하는 친구한테 울면서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위로 받고 싶었는데, 나한테 한다는 소리가 ‘정말 부럽다’였다. 어이가 없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욕을 실컷 했는데(웃음) 이제는 그 친구의 마음을 알겠다.

키디비x제이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키디비x제이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2016년도 벌써 2/3이 지났다.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지만, 2016년을 정리한다면?
제이스: 개인적으로 좋은 일과 슬픈 일 모두 경험했다. 올해 결혼도 했었지만, 최근에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스스로 철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일들을 경험하고 나니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올해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신랑이 큰 힘이 됐다.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날 높게 생각해준다. 내 주변 사람들까지 챙겨주는 모습이 정말 좋다.
키디비: 형부랑 똑같은 복사판 남자를 하나 구해야 할 것 같다. 두 사람을 보면 꿀이 뚝뚝 떨어진다.(웃음) 난 올해 내가 주체인 삶을 못 살았던 것 같다. 경연 프로그램을 연달아 출연하면서 조금 지쳤다. 결과물들도 좀 후회가 남고.

10. 그럼 이제 남은 2016년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키디비: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만들고, 즐기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 그래야 결과물이 어떠하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이스: 가정에 충실하고, 미스에스 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내 행복하고 즐거운 에너지가 음악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